유럽 뮤지션들의 앰프 선택은 상당히 다양하며, 음악 장르, 개인적인 취향, 투어 환경, 그리고 스튜디오 작업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하지만 몇 가지 일반적인 경향과 인기 브랜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1. 영국 브랜드의 강세 (자국 프리미엄)
유럽은 마샬(Marshall)과 복스(Vox), 오렌지(Orange)와 같은 세계적인 앰프 브랜드의 본고장입니다. 따라서 유럽 뮤지션들, 특히 록, 메탈, 인디 록, 브릿팝 등 "브리티시 사운드"에 기반을 둔 장르의 뮤지션들은 자국 브랜드 앰프에 대한 애착과 선호도가 높습니다.
- Marshall (마샬): 여전히 유럽 록, 메탈 밴드의 상징적인 앰프입니다. 강력한 드라이브 사운드와 존재감 있는 미드레인지 톤은 라이브 공연이나 스튜디오 녹음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합니다. 특히 영국 밴드들은 마샬 앰프를 통해 자신들의 사운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Vox (복스): 비틀즈를 비롯한 수많은 브리티시 인베이젼 밴드들의 사운드를 책임졌던 복스 AC 시리즈는 여전히 맑고 울림 있는 클린 톤과 특유의 크런치 사운드로 인디 록, 팝, 클래식 록 뮤지션들에게 사랑받습니다.
- Orange (오렌지): 독특한 오렌지색 디자인과 빈티지하면서도 펀치감 있는 사운드로 마니아층이 두텁습니다. 스토너 록, 둠 메탈, 얼터너티브 록 등 특정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며, 개성 있는 사운드를 추구하는 뮤지션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 Blackstar (블랙스타): 비교적 신생 브랜드지만, 다양한 장르를 커버할 수 있는 유연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특히 ID:Core 시리즈나 HT 시리즈는 연습용부터 스튜디오용까지 폭넓게 사용됩니다.
- Laney (레이니): 역시 영국의 대표적인 앰프 브랜드 중 하나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앰프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2. 미국 브랜드의 영향력 (클린톤, 하이게인)
미국 브랜드 앰프들 역시 유럽 뮤지션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특히 클린 톤과 하이게인 사운드 측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 Fender (펜더): 재즈, 블루스, 컨트리, 팝 등 맑고 따뜻한 클린 톤이 중요한 장르의 유럽 뮤지션들에게는 여전히 펜더 앰프(예: Twin Reverb, Deluxe Reverb)가 기본 선택입니다. 페달 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타리스트들에게도 펜더의 넓은 헤드룸은 큰 장점입니다.
- Mesa/Boogie (메사 부기): 강력한 하이게인 사운드를 자랑하는 메사 부기는 유럽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데스 메탈, 하드코어 밴드들에게 매우 선호됩니다. Rectifier 시리즈는 이들 장르의 표준 앰프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 Peavey (피베이): 특히 5150/6505 시리즈는 메탈 밴드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가합니다.
3. 디지털 모델링/프로파일링 앰프의 확산
최근 유럽에서도 전 세계적인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모델링 및 프로파일링 앰프의 사용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는 투어 시의 운반 용이성, 다양한 톤에 대한 접근성, 스튜디오에서의 유연성 등 여러 장점 때문입니다.
- Kemper Profiler (캠퍼 프로파일러): 독일 브랜드인 캠퍼는 유럽 뮤지션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실제 앰프의 프로파일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며, 투어링 뮤지션들에게 특히 선호됩니다.
- Neural DSP (뉴럴 DSP) - Quad Cortex (쿼드 코텍스): 핀란드 기반의 Neural DSP는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으로 시작해 하드웨어 앰프인 쿼드 코텍스를 출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유럽의 현대 메탈,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 Line 6 (라인 6) - Helix 시리즈: 미국 브랜드이지만, 그 편리성과 다양한 톤 옵션으로 유럽에서도 널리 사용됩니다.
- BOSS Katana (보스 카타나):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범용성으로 연습용 및 소규모 공연용으로 인기가 많아, 많은 유럽 아마추어 뮤지션들이 사용합니다.
4. 부티크 앰프 및 로컬 브랜드
유럽에는 전통과 장인정신을 중요시하는 부티크 앰프 제조업체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주로 특정 빈티지 사운드를 재현하거나 독자적인 톤을 추구하며, 소량 생산되지만 높은 퀄리티로 마니아층을 형성합니다. 독일의 Diezel (디젤)과 Engl (잉글)은 특히 하이게인 메탈 앰프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론
유럽 뮤지션의 앰프 선택은 영국 자국 브랜드(마샬, 복스, 오렌지)에 대한 강한 선호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미국 브랜드(펜더, 메사 부기)의 특정 강점(클린톤, 하이게인)을 폭넓게 수용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동시에 캠퍼, 뉴럴 DSP와 같은 디지털 모델링/프로파일링 앰프의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앰프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뮤지션 개개인의 음악적 지향점과 실용적인 필요에 따라 다양한 앰프들이 선택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