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해의 부당성: 정당한 행위와의 구별 및 사회상규 위반 여부 판단 기준 제시
정당방위의 첫 번째 핵심 요건인 침해의 부당성은 방어 행위의 전제가 되는 침해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위법한 행위여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정당한 행위에 대한 방어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중요한 원칙을 내포합니다. 침해의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정당한 행위와의 구별과 사회상규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1. 정당한 행위와의 구별 기준:
정당한 행위는 법률에 의해 허용되거나 사회통념상 비난할 수 없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러한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주요 구별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법률에 의한 정당화:
- 정당행위 (형법 제20조): 법령, 정당한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합니다. 예를 들어, 경찰관의 적법한 직무집행, 의사의 정당한 의료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한 저항은 부당한 침해가 아니므로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 정당방위 (형법 제21조): 아이러니하게도 정당방위 자체가 정당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정당방위에 대한 재반격은 새로운 부당한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 긴급피난 (형법 제22조):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합니다. 긴급피난 행위에 대한 방어 역시 부당한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 자구행위 (형법 제23조):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현존을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합니다. 자구행위 또한 원칙적으로 정당한 행위이므로 이에 대한 방어는 부당한 침해가 아닐 수 있습니다.
- 사회통념상 정당화:
- 일상적인 사회생활상의 행위: 타인에게 경미한 불편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지만 사회생활상 용인되는 행위는 부당한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의 통상적인 대화 소리 등은 부당한 침해로 간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합의에 의한 행위: 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는 원칙적으로 부당한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 경기 중 발생한 불가피한 신체 접촉 등은 합의의 범위 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2. 사회상규 위반 여부 판단 기준:
침해 행위가 명백히 법률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는 부당한 침해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사회상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행위의 목적과 동기: 침해 행위의 목적이 정당한지, 방어 행위를 유발하려는 악의적인 동기가 있었는지 등을 고려합니다.
- 행위의 방법과 태양: 침해 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폭력적이거나 위협적인 방식이었는지 판단합니다.
- 침해의 정도와 결과: 침해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정도가 경미한지, 심각한 법익 침해를 야기했는지 등을 고려합니다.
- 상황의 특수성: 침해 행위가 발생한 시간, 장소, 주변 상황 등 구체적인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예를 들어, 야간의 골목길에서 갑자기 위협적인 언사를 하는 행위는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부당한 침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상호 관계: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과거의 갈등이나 전력 등을 고려하여 침해 행위의 부당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예시:
- 정당한 행위: 경찰관이 범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행위
- 부당한 침해: 이유 없이 타인을 폭행하는 행위
- 정당한 행위로 보기 어려운 경우: 층간소음이 다소 심하더라도 통상적인 생활 소음의 범위를 넘지 않는 경우
- 부당한 침해로 볼 수 있는 경우: 늦은 밤, 고의적으로 과도한 소음을 발생시켜 이웃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
결론적으로, 침해의 부당성은 단순히 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넘어, 관련 법률 규정, 사회통념, 구체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정당한 행위에 대한 오해나 사회상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정당방위 성립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